이천·종로서 제작…전시관 건립지 산청은 무관
지난 2007년 새로 만든 제4대 국새(國璽)를 제조하고 남은 금(金) 200여 돈의 행방이 묘연해 논란이 이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새 제작과 무관한 엉뚱한 곳에 막대한 예산으로 국새 전시관을 건립 중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19일 연합뉴스가 입수한 ‘대한민국 4대 국새 제작 경위서’에 따르면 국새의 주조 작업은 2007년 10월27일∼12월18일 경기도 이천시 설성면 장천4리 136번지 일대와 서울 종로구 묘동 이창수 공방 작업장에서 이뤄졌다.
이들 작업장에는 전기로와 진공 흡입기,석고 탈포기,금을 녹이는 용해대,환기 시설 등 주물 기계가 설치돼 있다.
당시 국새제작단 실행위원이자 귀금속가공기능장인 이창수씨는 국새제작단장인 민홍규씨 요청에 따라 이천시와 종로구에 있는 작업장을 오가며 국새 주물 작업을 완료했다.
거푸집 제작과 금합금,주물작업,거푸집 파괴,인뉴(상부)·인면(하부) 땜접합 후 마무리 등 사실상 국새 제작이 이 두 곳에서 이뤄진 것이다.
그러나 국새 인뉴와 인면이 완성된 상태에서 거푸집을 깨는 ‘개물(開物)식’과 국새를 시험 날인해 보는 ‘시인(試印)’ 행사는 2007년 12월3일 민씨의 고향인 경남 산청군에서 거행됐다.
게다가 국새문화원(당시 민홍규 원장)과 산청군청은 이곳에서 새 국새를 제작한 것을 기념하려고 국새 종합전시관인 등황전을 짓기로 하고 지난해 9월 산청군 금서면 일대 464㎡ 부지에 등황전 상량식까지 했다.
국새 제작이 이천시와 종로구에서 이뤄졌다는 게 이창수씨 등의 증언이지만 정작 새 국새 제작을 기념하는 국새 전시관을 제작과 무관한 산청군에 짓고 있는 것이다.
통상 새 국새가 완성되면 개물식과 시인 행사도 국새가 제작된 곳에서 하는 게 관례로 알려져 있다.
이창수씨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국새 제작은 이천시와 종로구에서 모두 이뤄졌으며 산청에서는 작업한 흔적도 없고 작업할 환경도 아니다“며 ”민씨가 보여주기 식으로 그렇게 꾸민 것이다.제작 당시엔 아무런 시설도 갖춰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개물식이 열린 2007년 12월3일 새벽에는 민씨가 그 전날 밤 주물작업으로 완성된 거푸집을 (민씨) 스스로 준비한 거푸집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또 ”국새 제작과 관련해 산청에 있던 가마와 용로를 비롯한 모든 시설은 실질적으로 국새를 제작하는 데 사용된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새 제작과 산청군은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에 대해 민씨의 한 측근은 ”처음부터 산청에서 국새 작업을 다 했고 마무리도 잘 했다“고 반박했다.연합뉴스는 민씨와 직접 접촉을 수차례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산청군청에 따르면 2008년부터 건립 공사 중인 등황전은 내년 완공 예정으로 전체 사업비 60억원 가운데 지금까지 군 예산 40억원이 투입됐다.
현재 나머지 예산 20억원을 추가로 확보해야 할 상황인데 2층 규모의 등황전이 완공되면 역대 국새 모형과 국새와 관련된 의장품,예술품 등 209점이 전시될 예정이다.
산청군청 관계자는 ”산청군에서는 국새 제작 과정을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다“며 ”내년 예산의 확보 여부에 따라 구체적인 등황전 완공 시기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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