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日정부 조사에 응한 16명 중 14명 사망”위안부 증언 공개해 ‘강제성 논란’ 잠재워야” 주장
일본 정부가 제국주의 시절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조사 결과를 발표한 지 4일로 만 20년이 지났다. 당시 일본 정부의 조사에 응한 피해자 중 2명만 생존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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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 1085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집회에서 학생과 시민이 위안부 소녀상을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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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등에 따르면 1993년 방한한 일본 정부 조사단에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실태를 증언한 피해자 16명 중 현재 생존자는 윤모(82)·김모(87) 할머니 2명뿐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대협 관계자는 “공식적인 집계는 아니나 당시 일본 정부 조사에 참여한 분들이 대부분 돌아가시고 생존자는 두 분만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한두 달에 한 번씩 찾아뵙는데 두 분 모두 건강이 매우 좋지 않다”고 말했다.
두 할머니는 모두 고령인 데다 한 명은 심각한 치매를 앓고 있고 다른 한 명도 고혈압과 당뇨 등으로 건강이 상당히 나빠져 가족과 지내면서 간병인 도움을 받고 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윤·김 할머니는 1990년대 초반 위안부 문제가 세상에 알려진 뒤 1993년 7월 방한한 일본 정부 진상조사단에 다른 피해자 14명과 함께 자신들이 일제 강점기 일본군 위안부로 동원됐음을 증언했다.
당시 일본 정부는 한반도 뿐 아니라 중국, 대만, 필리핀, 인도네시아, 네덜란드 등에서도 위안부를 동원했으나 한반도 출신이 훨씬 많아 한국인 피해자들의 증언이 조사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정부는 이들의 증언과 현지 조사 등을 토대로 1993년 8월4일 ‘이른바 종군위안부 문제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한다.
발표자인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관방장관의 이름을 따 ‘고노 담화’라 불린 당일 조사 결과 발표에서 일본 정부는 위안부로 동원돼 큰 고통을 겪고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은 이들에게 ‘사과와 반성’의 뜻을 나타냈다.
그러나 최근 자민당 정권을 중심으로 한 보수세력이 고노 담화를 ‘자학사관’으로 폄훼하면서 ‘위안부 강제동원 증거는 없다’는 주장을 다시 내놓고 있다. 고노 담화를 수정해야 한다는 요구도 곳곳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위안부 피해자들은 고령으로 매년 여러 명이 세상을 떠나고 있어 일본 정부의 진정성 어린 사죄와 반성을 속히 끌어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1년 8월 70명이던 위안부 피해 생존자는 2년 사이 56명으로 줄었다.
일부에서는 위안부 강제동원을 부정하는 일본 보수세력의 주장을 깨려면 윤·김 할머니 등 1993년 당시 일본 정부 조사에 응한 피해자 증언을 공개하도록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를 압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는다.
일본 정부는 증언자 인권보호 차원에서 이를 비공개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간 숱한 피해자가 공개 증언을 했고 한국 정부 차원에서 발간한 구술 자료집까지 있는 만큼 이를 계속 비공개하는 것은 논리가 빈약하다는 주장이다.
일본을 상대로 한 강제동원 피해배상 소송을 이끄는 최봉태 변호사는 “고노 담화 발표의 근거가 된 피해자 증언 등 자료를 공개해서 일본 정부 조사 내용만으로도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 유무에 논란이 없음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여러 기록에서 증언자로 나온 분들은 자신의 증언이 공개돼도 좋다는 것을 사실상 동의했다고 봐야 한다”며 “정부가 강한 의지를 갖고 일본 정부를 압박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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