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청 내 ‘원세훈 라인’ 주목…국가기관 개입 여부 규명이 관건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장영수 부장검사)는 채 전 총장의 혼외자로 의심받은 채모군 모자에 대한 개인정보가 서울 서초구청에서 유출된 정황을 포착하고 지난 20일 전격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
가족관계등록부 등 개인정보 관련 민원서류 발급을 총괄하는 ‘OK민원센터’의 상급책임자인 조모 행정지원국장의 사무실과 자택, 구청 감사담당관인 임모 과장의 사무실과 그의 신체가 수색당했다.
검찰은 지난 6월 조 국장이 어디선가 채군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가져와 가족관계등록부 조회를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이같은 강제 수사에 나섰다.
3개월 후인 9월 6일 조선일보는 채 전 총장의 혼외 아들 의혹을 보도했으며, 이튿날인 7일 청와대 관계자가 서초구청에 찾아와 등록부 확인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 채군의 학적부 내용이 보도된 것과 관련,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의 로그인 기록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국장과 임 과장은 27일 외부 접촉을 끊고 구청에서도 모습을 감춘 상태다.
검찰은 조 국장이 해당 정보에 접근한 사실을 확인한 만큼 시민단체의 고발내용 중 외부에 개인정보를 유출한 ‘신원 불상의 전달자’를 조 국장으로 특정하고 조만간 피고발인 자격으로 소환 조사할 가능성이 크다.
◇구청장부터 직원까지 ‘원세훈 연결고리’ = 검찰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서초구 관련자들은 모두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깊은 친분관계라는 공통점이 있다.
먼저 검찰의 1차 압수수색 대상이 된 조 국장은 원 전 원장의 최측근 인사로 알려졌다.
원 전 원장은 2008년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임명되자 당시 서울시청에서 함께 일하던 조 국장을 행정비서관으로 발탁했다.
행안부에서 4급으로 승진한 그는 원 전 원장을 따라 국정원으로 파견됐다가 원 전 원장 퇴임 후 서울시가 아닌 서초구로 복귀했다.
한 행정당국 관계자는 “당시 진익철 서초구청장도 ‘원세훈 라인’이라서 조 국장을 그쪽으로 보냈을 것”이라며 “(이번 개인정보 유출 건은) 조 국장 혼자 생각으로 한 것은 아닐 것이다. 오더를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국장과 함께 검찰의 수색을 받은 임 감사담당관 역시 진 구청장과 친분이 있는 인사로 알려졌다.
조 국장이 채군 모자에 대한 개인정보를 무단 열람한 시점이 지난 6월이라는 점과 고려하면 의혹은 더욱 커진다.
지난 6월 채동욱 전 총장이 이끌던 검찰은 국가정보원의 대선·정치개입 사건과 관련, 법무부와 마찰 끝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일각에서는 조 국장이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해 원 전 원장 측과 사전 교감을 주고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국가기관 개입 의혹 확인될까 = 지난 9월 채 전 총장의 혼외자 의혹을 조선일보가 처음 보도했을 당시 개인정보 입수 경위에 대한 의혹이 일었다.
또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채군 모자의 혈액형 정보를 수집했다는 사실이 며칠 뒤 알려지기도 했다. 이에 한국여성단체연합과 함께하는시민행동 등 시민단체가 지난 9월26일 조선일보 기자와 곽상도 전 민정수석을 고발했다.
채군 모자의 개인정보가 서초구청에서 유출되는 과정에 누가 개입했는지, 국정원 등 국가기관이 얼마나 관여됐는지를 밝혀내는 것이 이번 검찰 수사의 관건이다.
또 만약 관계기관에서 해당 정보를 입수한 사실이 드러난다면 그 과정에 적법절차가 준수됐는지, 해당 정보가 어디에, 어떤 용도로 활용됐는지도 규명돼야 한다.
현재 검찰은 조 국장 등 서초구 관계자들의 압수물 분석을 진행하면서 이들의 통화내역과 이메일 분석 등을 통해 해당 정보가 어디로 흘러들어 갔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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