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익명으로 기부
서울에 사는 익명의 사업가가 아프리카의 어린이들에게 보내달라며 운동화 3만 켤레를 내놓았다.아프리카와 아시아의 빈곤 아동을 돕는 단체인 ‘아프리카·아시아 난민교육후원회’는 한 달 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신발을 만드는 한 업체의 사장이 맨발로 다니는 아프리카 아이들을 도와달라며 기부한 운동화 3만 켤레를 후원회에 전달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직원들은 후원회가 만들어진 1994년 이래 접수된 가장 큰 기부 규모에 놀랐다고 한다.
지난달 29일 경기도 구리의 한 창고에 신발이 도착하던 날 직원들은 또 한 번 놀랐다.
신발 상자를 가득 실은 25t 트럭 두 대가 도착한 뒤 나머지 신발 10t을 실은 트럭이 한 대 더 들어오고 나서야 기부 물품을 다 접수할 수 있었다.
운동화 20켤레가 들어있는 신발 상자는 모두 1천500개에 달했다.
4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이 익명의 사업가는 이미 여러 차례 비영리단체에 물품을 기부한 적이 있다.
공동모금회 관계자는 연합뉴스 통화에서 “아프리카 아이들을 돕는 데 관심이 많은 분이어서 현지를 방문해 직접 아이들을 돕기도 했다”고 전했다.
자신의 업체 홍보를 위해 회사명을 공개할 법도 했지만, 그는 자신의 기부 활동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한사코 이름 등을 밝히지 않았다고 공동모금회는 전했다.
후원회는 이 사업가가 기부한 신발을 이달 말 서아프리카의 라이베리아공화국으로 보낼 계획이다.
후원회 회장인 권이종 한국교원대 명예교수는 “1950년대 맨발로 논두렁길을 걸어 초등학교를 다니던 추억들이 파노라마처럼 떠올랐다”며 “감사한 마음에 온몸의 피가 끓어오르는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파독 광부 출신으로 영화 ‘국제시장’에 등장하는 인물의 실제 모델이기도 한 권 교수는 “지도자의 꿈을 품은 어려운 형편의 아이들을 돕는 데 기부 물품이 쓰일 것”이라며 “교육을 통해 아프리카의 변화를 이끄는 후원회 활동에도 더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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