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 1사 2, 3루, 4회 2사 1, 2루에 범타…6회 1사 만루서 2타점 적시타
두 차례 불운에 시달린 오재원(30·두산 베어스)은 무척 긴장한 표정으로 세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연합뉴스
캡틴의 환호
2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5 KBO리그 플레이오프 4차전 두산 베어스 대 NC 다이노스 경기. 6회말 1사 만루 때 2타점 적시타를 친 오재원이 환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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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그를 세 번 버리지 않았다.
행운의 타구가 상대 1루수 키를 넘어갔고, 두산 관중석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22일 서울시 잠실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플레이오프 4차전, 0-0으로 맞선 6회말 1사 만루에서 오재원이 타석에 들어섰다.
에릭 해커의 초구 슬라이더에 헛스윙한 오재원은 배터 박스를 벗어나 고개를 숙인 채 심판 뒤를 한 바퀴 돌고서 다시 타석에 들어섰다. 그만큼 긴장했고, 타점을 향한 간절함이 컸다.
볼 2개를 고르고 헛스윙 한 차례를 해 볼 카운트 2볼-2스트라이크, 오재원은 해커의 슬라이더를 잡아당겼다.
타구는 홈플레이트 앞 흙을 맞고 크게 튀어 올라 전진수비를 펼친 NC 1루수 에릭 테임즈의 미트를 넘어 우익수 앞을 향했다.
큰 바운드에, 1루 수비 위치까지. 두 개의 행운이 겹치며 오재원의 타구는 2타점 우전 적시타가 됐다.
팽팽한 투수전의 균형을 깨는 귀중한 안타였다.
오재원은 1루 베이스 앞에서 포효했고, 두산 팬들은 더 크게 소리쳤다.
두산은 오재원의 결승타로 7-0으로 승리하며 시리즈 전적 2승 2패,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날 오재원에겐 세 번의 타점 기회가 있었다.
2회말 1사 2, 3루에 이날 첫 타석에 들어선 오재원은 과감하게 초구를 공략했다. 그러나 타구는 투수 정면을 향했고 3루주자 김현수가 횡사했다.
오재원은 4회말 1사 1, 2루에서 타구를 3루수 뒤로 보냈다. 공이 파울 라인에 치우쳐, 행운의 안타를 기대했다.
하지만 NC 좌익수 김종호가 전력 질주하고 미끄러지며 타구를 잡았다.
오재원은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난 뒤, 아쉬움 섞인 탄성을 내뱉었다.
승부욕이 절정에 달한 6회 세 번째 타석에서 오재원은 적극적으로 공격했고 행운까지 따랐다.
오재원은 8회 마지막 타석에서 선두타자로 나서 우전안타를 쳤다. 이날 성적은 4타수 2안타 2타점이다.
19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0-0으로 맞선 8회초 선제 솔로포를 쏘아 올리고도 팀이 역전패해 고개를 숙였던 오재원은 이날 맘껏 웃었다.
오재원은 승부욕이 넘치는 선수다. 이 승부욕이 때론 상대팀 혹은 상대팀을 응원하는 팬의 불만을 사곤 한다.
11일 열린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넥센 히어로즈 서건창과 1루 베이스 앞에서 설전을 벌인 후, 넥센 팬 일부는 오재원이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오재원은 묵묵히 경기에 집중했고, 결국 플레이오프 4차전의 주인공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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