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식구 초대해 독버섯 든 요리 대접…호주 에린 패터슨 ‘종신형’

시댁식구 초대해 독버섯 든 요리 대접…호주 에린 패터슨 ‘종신형’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25-09-08 14:22
수정 2025-09-08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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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독버섯 살인 사건’의 범인 에린 패터슨이 8일(현지시간) 호주 멜버른에서 종신형 선고를 받은 뒤 법원을 떠나고 있다. 2025.9.8. AP 뉴시스
‘호주 독버섯 살인 사건’의 범인 에린 패터슨이 8일(현지시간) 호주 멜버른에서 종신형 선고를 받은 뒤 법원을 떠나고 있다. 2025.9.8. AP 뉴시스


시댁 식구들을 초대해 독버섯을 넣은 식사로 3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호주의 50대 여성이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이른바 ‘독버섯 살인사건’으로 불리며 2023년부터 약 2년간 호주 전역의 이목이 쏠리면서 법원은 이례적으로 선고 장면 생중계를 허용했다.

호주 남동부 빅토리아주 법원은 8일(현지시간) 에린 패터슨(51·여)이 독버섯으로 시부모와 시이모 등 3명을 살해하고, 시이모부를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에 대해 종신형을 선고했다. 이에 더해 33년간 가석방 불가 기간을 뒀다.

사건은 2023년 7월 29일 한 시골 마을 레옹가타에 있는 에린의 집에서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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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린 패터슨이 손님들에게 대접하고 남은 비프 웰링턴. 빅토리아 대법원
에린 패터슨이 손님들에게 대접하고 남은 비프 웰링턴. 빅토리아 대법원


두 아이의 엄마인 에린은 점심을 대접하겠다며 시부모인 돈과 게일 패터슨 부부, 게일의 자매인 헤더 윌킨슨과 헤더의 남편 이언 윌킨슨 부부를 초대했다.

당시 에린은 별거 중이던 남편 사이먼 패터슨도 초대했으나, 사이먼은 부부 사이가 소원한 상황에서 식사 자리에 가는 게 불편하다며 초대를 거절했다. 장기간 별거 끝에 두 사람은 자녀 양육비 문제를 두고 다투고 있었다.

식사가 끝난 뒤 살아남은 이는 혼수상태 끝에 깨어난 이언 윌킨슨과 에린 본인뿐이었다.

에린은 영국와 호주 등에서 손님을 특별하게 대접할 때 내놓는 비프 웰링턴을 직접 요리했다. 소고기에 볶은 버섯을 바른 뒤 페이스트리(파이 반죽)로 감싸 오븐에 구워내는 요리다.

점심 식사가 끝나고 그날 밤 손님들은 모두 심하게 아팠다. 다음날 손님 4명 모두 증상이 심해 병원에 갔다. 에린의 시아버지 돈은 의사에게 “내 몫의 음식에 더해 아내 몫의 절반 정도를 먹었는데 식사 후 몇 시간 만에 30번이나 토했다”고 말했다.

헤더와 게일 자매는 8월 4일 사망했고, 돈은 다음날 숨졌다. 이언만이 오랜 기간 입원한 끝에 살아남았다.

이들이 먹은 비프 웰링턴에서는 알광대버섯의 독 성분이 검출됐다. 알광대버섯은 식용버섯과 비슷하게 생겼으나 독성이 가장 강한 버섯 중 하나다. 버섯 반 개만으로도 성인 1명을 죽일 수 있는 독소가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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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린 패터슨이 비프 웰링턴에 넣은 알광대 버섯. AFP 연합뉴스
에린 패터슨이 비프 웰링턴에 넣은 알광대 버섯. AFP 연합뉴스


재판에서는 여러 의심스러운 정황 증거가 제시됐다.

에린의 남편 사이먼은 별거 중인 아내가 식사 자리를 마련해 손님을 초대하는 일이 드물었다고 했다. 이언 역시 아내(헤더)가 에린의 집에 한번도 가본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언은 또 사건 당일 음식을 담은 접시 중에 에린의 접시만 색이 달랐다고 증언했다. 냉장고에는 남편 사이먼이 혹시나 마음이 바뀌어 식사에 올 것을 대비한 여섯 번째 접시가 있었다.

에린은 식사 자리에서 갑자기 자신이 암 진단을 받았다고 털어놨는데, 그는 암 진단을 받은 사실이 없었다.

에린이 병원 진료를 한사코 거부한 것도 이상했다. 병원 측은 함께 식사를 한 이들이 한꺼번에 중독 증세로 입원하자 에린에게 연락했다. 에린이 남은 음식을 아이들과 함께 먹었다고 하자 병원 측은 즉시 병원으로 와서 검사를 받으라고 권했는데 에린은 이를 거절했다.

결국 에린은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는데 아무런 증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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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린 패터슨(왼쪽)에게 입원과 검사를 설득하는 병원 의료진. 빅토리아 대법원 제공
에린 패터슨(왼쪽)에게 입원과 검사를 설득하는 병원 의료진. 빅토리아 대법원 제공


검찰에 따르면 병원에서 돌아온 에린은 본격적으로 증거를 인멸하기 시작했다. 버섯을 말리는 데 쓴 식품 건조기를 인근 폐기장에 갖다 버렸는데, 이 건조기에서는 알광대버섯의 흔적이 검출됐다.

에린은 이 건조기를 보유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는데, 주방 서랍엔 제품 설명서가 버젓이 있었다.

에린은 요리에 쓴 버섯을 한 아시아 식료품점에서 샀다고 진술했는데 정확히 어느 식료품점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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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린 패터슨이 버섯을 말린 식품 건조기. 빅토리아 대법원
에린 패터슨이 버섯을 말린 식품 건조기. 빅토리아 대법원


그러나 형사들은 사건 몇 주 전 인근 마을 2곳에서 알광대버섯이 발견된 사실을 알아냈다. 인근 지역 주민들은 안전을 위해 독버섯을 발견하면 인터넷에 사진과 위치를 공유했다. 에린의 인터넷 사용 기록에는 그가 이전에 적어도 한번 해당 웹사이트를 통해 알광대버섯 목격 정보를 확인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에린의 휴대전화 위치정보에도 알광대버섯이 목격된 마을 2곳을 다녀온 기록이 있었다. 그 중 한번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식품 건조기를 구매한 이력이 있었다.

사건 이후 휴대전화를 바꾸고 공장 초기화된 ‘깡통’ 기기를 경찰에 제출한 것도 의심을 샀다.

에린의 변호인단은 범행 동기가 불분명하며 에린이 문제의 버섯이 독버섯인 사실을 알고 썼다는 증거가 없다며 고의성도 부인했다. 독버섯인 줄 모르고 실수로 넣었다는 취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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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버섯 공유 사이트에 올라온 알광대버섯의 발견 위치. 빅토리아 대법원
독버섯 공유 사이트에 올라온 알광대버섯의 발견 위치. 빅토리아 대법원


그러나 지난 7월 7일 12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에린의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에 대해 유죄 평결을 내렸다.

지난달 검찰은 에린의 범행을 ‘최악의 범죄’라며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구형했다.

크리스토퍼 빌 판사는 에린이 전혀 반성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질타했다. 빌 판사는 “피고인이 아무런 반성의 기색을 보이지 않는 것은 모든 피해자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것과 같다”면서 “이 범죄의 심각성은 최고 형량을 선고할 만한 근거가 된다”고 했다.

빅토리아주에서 최대 형량은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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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빅토리아주 멜버른의 최고 법원에서 크리스토퍼 빌 판사가 ‘호주 독버섯 살인 사건’의 범인 에린 패터슨에게 8일(현지시간) 종신형 선고를 내리고 있다. 2025.9.8. AP 뉴시스
호주 빅토리아주 멜버른의 최고 법원에서 크리스토퍼 빌 판사가 ‘호주 독버섯 살인 사건’의 범인 에린 패터슨에게 8일(현지시간) 종신형 선고를 내리고 있다. 2025.9.8. AP 뉴시스


재판부는 에린의 범행이 철저히 계획되지 않고는 실행될 수 없었다며 문제의 점심 식사 약 2주 전에 계획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 과정에서 무죄를 주장했던 에린은 아직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았다. 항소 기한은 10월 6일까지로, 연장도 가능하다.

이 사건은 호주에서 약 2년 동안 뜨거운 관심사였다. 이날 법원은 국민적 관심을 고려해 TV 카메라가 선고 장면을 생중계하는 것을 특별히 허용했다. 대신 10초간 지연 방송하도록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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