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3분의1 해고하더니… 성소수자 몰려들던 獨클럽 48년만 파산 신청

직원 3분의1 해고하더니… 성소수자 몰려들던 獨클럽 48년만 파산 신청

이정수 기자
이정수 기자
입력 2025-08-03 22:26
수정 2025-08-03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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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료 급등 등 여파… 베를린에 ‘클럽의 죽음’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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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의 대표적인 퀴어 클럽 ‘슈부츠’가 창립 48년 만에 영업 부진으로 최근 법원에 파산 신청을 했다. 슈부츠 홈페이지 캡처
독일 베를린의 대표적인 퀴어 클럽 ‘슈부츠’가 창립 48년 만에 영업 부진으로 최근 법원에 파산 신청을 했다. 슈부츠 홈페이지 캡처


독일에서 가장 크고 오랜 역사를 지닌 퀴어 나이트클럽 ‘슈부츠’(SchwuZ)가 치솟은 임대료 등 여파로 파산 절차를 신청했다고 지난 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브란덴부르크방송(rbb) 등이 전했다.

슈부츠 경영진은 전날 공지글에서 “슈부츠가 파산 신청을 했다. 하지만 저희는 포기하고 싶지 않다”면서 “파산 신청은 끝이 아니라 슈부츠가 새롭게 출발할 방법”이라고 밝혔다.

1977년 베를린 크로이츠부르크에 처음 문을 연 슈부츠는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퀴어 클럽으로 성소수자(LGBTQ+) 문화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슈부츠는 ‘퀴어 센터’를 뜻하는 슈불렌첸트룸(Schwulen Zentrum)의 준말이다. 설립 2년 후 베를린의 퀴어 축제인 ‘크리스토퍼 스트리트 데이’(CSD) 퍼레이드와 퀴어 잡지 ‘지게조일러’(Siegessäule)를 창간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rbb는 의미를 부여했다.

슈부츠는 2013년 베를린의 노이쾰른 지역으로 이전하면서 한 번에 1000명 이상을 수용할 있도록 확장했다.

그러나 매출 감소로 올해 들어 매달 3만~6만 유로(약 4800만~9600만원)의 적자를 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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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의 대표적인 퀴어 클럽 ‘슈부츠’가 창립 48년 만에 영업 부진으로 최근 법원에 파산 신청을 했다. 슈부츠 홈페이지 캡처
독일 베를린의 대표적인 퀴어 클럽 ‘슈부츠’가 창립 48년 만에 영업 부진으로 최근 법원에 파산 신청을 했다. 슈부츠 홈페이지 캡처


슈부츠 측은 영업 부진의 원인으로 경기 침체와 핵심 고객층의 고령화 등을 꼽았다. 또한 베를린 전역에서 급등하는 임대료와 전기요금 인상으로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잠깐 부활했던 베를린의 인기 클럽들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는데 슈부츠 또한 예외는 아니라는 게 슈부츠 측 분석이다.

이에 지난 3월 취임한 카탸 예거 슈부츠 대표는 전체 직원의 약 3분의1인 33명을 해고했다.

슈부츠는 크라우드펀딩 캠페인을 통해 15만 유로를 모금할 계획인데 아직 3000유로밖에 모으지 못한 상태다.

슈부츠 측은 “50년 가까이 슈부츠는 단순한 클럽 그 이상이었다. 제2의 거실이자 퀴어 예술, 공동체, 가족, 저항을 위한 공간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우리가 찾던 집, 우리가 선택한 가족, 그리고 자유를 찾았다”며 미래의 퀴어 세대를 위해 후원해줄 것을 독려했다.

슈부츠는 법원의 파산 심리가 시작되는 오는 10월까지는 영업을 계속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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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연례 퀴어 축제에서 참석자들이 춤을 추며 행진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2025.7.26 AP 연합뉴스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연례 퀴어 축제에서 참석자들이 춤을 추며 행진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2025.7.26 AP 연합뉴스


앞서 지난 주말엔 베를린의 유서 깊은 게이·레즈비언 댄스 클럽인 ‘부셰 클럽’(Busche Club)이 40년의 역사를 뒤로 하고 문을 닫았다. 원인은 운영비 상승이었다.

베를린에서 최근 몇 년 새 확산한 ‘클럽스터벤’(클럽의 죽음)이라고 불리는 현상은 비단 퀴어 클럽들에 한정되지 않는다.

지난해 말 고급 강변 명소인 일렉트로닉 음악 클럽 ‘워터게이트’가 22년간의 영업을 마치고 문을 닫았다. 이유는 인플레이션과 DJ의 높은 임금, 베를린행 저가 항공편 감소, 그리고 야외 음악 이벤트에 대한 대중의 선호도 증가 등으로 지목됐다.

야외·실내 댄스를 제공하는 테크노 클럽 ‘빌데 레나테’는 임대 계약을 놓고 부동산 재벌과 장기간의 분쟁 끝에 올해 말 문을 닫을 계획이라고 최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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