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에 떠내려간 소 위령제 열려…“타들어가는 심정”

폭우에 떠내려간 소 위령제 열려…“타들어가는 심정”

이보희 기자
입력 2020-09-10 14:07
수정 2020-09-10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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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전남 구례군 구례읍 양정마을에서 수해로 숨진 소의 넋을 달래는 위령제가 열리고 있다. 2020.9.10. 연합뉴스
10일 오전 전남 구례군 구례읍 양정마을에서 수해로 숨진 소의 넋을 달래는 위령제가 열리고 있다. 2020.9.10. 연합뉴스
10일 전남 구례군 구례읍 양정마을에서 수해 참사로 죽어간 소의 넋을 달래는 위령제가 열렸다.

소를 키우는 농가가 모여있는 양정마을은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지난달 7∼9일 섬진강 지류인 서시천 제방이 무너지면서 마을 대부분이 물에 잠기는 피해를 봤다.

사람은 모두 대피했지만,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소 500여마리가 수장됐고, 일부 살아남은 소 200여마리도 시름시름 앓다가 결국 폐사했다. 일부는 물에 떠내려가다 우연히 발이 닿은 지붕 위에 올라가 구조되는 광경도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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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전남 구례군 구례읍의 한 마을 주택과 축사 지붕에 소들이 올라가 있다. 이 소들은 주변 축사에서 사육하는 소들로 전날 폭우와 하천 범람에 떠다니다가 지붕 위로 피신했고, 이후 물이 빠지면서 지상으로 내려오지 못하고 머물러 있다. 구례 연합뉴
지난 9일 전남 구례군 구례읍의 한 마을 주택과 축사 지붕에 소들이 올라가 있다. 이 소들은 주변 축사에서 사육하는 소들로 전날 폭우와 하천 범람에 떠다니다가 지붕 위로 피신했고, 이후 물이 빠지면서 지상으로 내려오지 못하고 머물러 있다.
구례 연합뉴
주민들은 죽어간 소들의 영혼과 농민들의 상처를 위로하기 위해 이날 위령제를 열었다. 애지중지 키우던 소와 작별을 고하던 주민들은 끝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들은 위령제를 시작으로 양정마을에서 구례군청 앞까지 차량으로 이동하며 노제를 지냈다. 이후 섬진강 댐으로 가 다시 한번 위령제를 올렸다.

섬진강수해극복 구례군민대책본부 관계자는 “자식처럼 애지중지 기르던 소들이 매일 처참하게 죽어 나가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농민들의 심정은 타들어 간다”며 “턱없는 보상으로 낙심과 실망하다 이제는 분노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구례군민들은 할 수 있는 무엇이라도 해서 참사 원인을 규명하고 피해 전액을 배상받기 위해 투쟁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10일 오전 전남 구례군 구례읍 양정마을에서 수해로 숨진 소의 넋을 달래는 위령제가 열리고 있다. 2020.9.10. 연합뉴스
10일 오전 전남 구례군 구례읍 양정마을에서 수해로 숨진 소의 넋을 달래는 위령제가 열리고 있다. 202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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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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