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장천 은어를 닮은 아이가 귤껍질을 까서
개미에게 아파트를 지어주고 있다
이마가 맑고 눈이 순한 사내아이가
화분에서 혼자 기어나와 길 잃은 개미를 사랑해서
베란다에 햇살 줄기가 명주실로 쏟아져 내린다
천리향 향기를 마시고 햇살이 마들렌처럼 통통해진다
통통한 봄 햇살을 받아먹은 아이,
은어가 되어 옆구리를 희번덕이며 헤엄쳐 간다
폭포수 같은 햇살 속을 날아 천리를 간다
2014-06-21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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