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빛 발견] ‘자문’의 오용? 변화?/이경우 어문팀장

[말빛 발견] ‘자문’의 오용? 변화?/이경우 어문팀장

이경우 기자
입력 2017-07-05 22:44
수정 2017-07-05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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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우 어문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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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문’(諮問)은 사회의 국어 선생님들에게 좋은 강의 소재다. 여기저기서 본래의 뜻대로 사용하지 않으니 이보다 좋을 수 없다. 선생님들은 호통도 치고 바르게 쓰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그렇게 오랫동안 사회에 기여한다는 기쁨으로 선생님들은 말로 글로 강의했다. 학생들의 반응도, 성적도 별로지만, 선생님들은 오늘도 열심히 가르친다. 학생들의 반응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가르침과 현실이 따로 논다. 선생님들은 ‘자문’이 전문가나 전문가로 이루어진 기구에 의견을 묻는 일이라고 가르쳤다. 이렇게 이해하고 ‘바르게’ 사용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자문’의 의미를 넓힌 학생들도 많다. 이들은 “자문을 구하다”라고 한다. 이 말은 상대의 ‘의견을 듣는다’는 뜻으로 들린다. 그러면 ‘자문’은 ‘의견’과 유사한 관계에 있는 말이 된다.

‘자문’에 답하는 전문가들도 “자문한다”고 한다. 선생님 말씀을 따른다면 “자문에 응한다”고 해야 하지만 그러지 않는다. 그래도 뜻이 통한다.

단어의 뜻은 사전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사람들이 내놓는 문장의 맥락에서 생겨나고 변한다. 그 말들을 주고받으면서 익히고 따른다. 사전과 같은 선생님의 말씀은 익히지 않은 고기처럼 보이나 보다. 인사청문회의 장관 후보들도 줄곧 ‘자문에 응했다’고 할 곳에서 ‘자문했다’고 말했다.

2017-07-06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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