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우리말] 면발은 붇고 다리는 붓는다/오명숙 어문부장

[똑똑 우리말] 면발은 붇고 다리는 붓는다/오명숙 어문부장

오명숙 기자
입력 2020-08-12 20:18
수정 2020-08-13 01:37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매해 여름 물난리 통에 들리는 소식이 있다. “갑자기 분 물에 댐 수문 개방”, “계곡물이 불기 전 대피하지 못한 야영객 구조” 등의 내용이다.

물이 불어났다는 의미로 위 문장에서와 같이 ‘분’과 ‘불기’란 표현을 자주 쓴다. 하지만 이는 바른 표현이 아니다. ‘분량이나 수효가 많아지다’란 뜻의 동사는 ‘붇다’이다. ‘붇다’는 ‘ㄷ불규칙활용’을 한다. 이는 어간의 말음인 ‘ㄷ’이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 앞에서 ‘ㄹ’로 바뀌는 것을 말한다. 자음 앞에서는 받침이 바뀌지 않는다. 그러므로 ‘붇다’에 ‘-은’이 붙으면 ‘불은’, ‘-기’가 붙으면 ‘붇기’가 된다.

‘붇다’와 헷갈리는 말로 발음이 같은 ‘붓다’가 있다. ‘붓다’는 ‘다른 곳에 담다’, ‘적금 따위의 돈을 일정한 기간마다 내다’, ‘살가죽이나 어떤 기관이 부풀어 오르다’란 뜻의 동사다. ‘붓다’ 역시 ‘ㅅ불규칙활용’을 한다. 이는 어간의 말음인 ‘ㅅ’이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 앞에서 탈락하는 것을 말한다. ‘붓다’에 ‘-어’가 붙을 경우 ‘부어’가 되는 식이다.

재산이 ‘붓다’인지 ‘붇다’인지, 적금을 ‘붓다’인지 ‘붇다’인지 혼동하기 쉽다. 면발이 불을 때와 다리가 부을 때도 ‘붇다’인지 ‘붓다’인지 헷갈린다. 두 단어에 모두 ‘팽창’의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땐 ‘불어’를 넣어 자연스러우면 ‘붇다’가, ‘부어’를 넣어 자연스러우면 ‘붓다’가 맞는 표현이라고 보면 된다. 그러니 재산과 면발은 ‘붇다’, 적금과 다리는 ‘붓다’가 옳은 표기다.

2020-08-13 2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총 13조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하기로 하자 이를 둘러싸고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경기에 활기가 돌 것을 기대하는 의견이 있는 반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소비쿠폰 거부운동’을 주장하는 이미지가 확산되기도 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