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4대강 생태계 복원 장기대책 강구하라

[사설] 4대강 생태계 복원 장기대책 강구하라

입력 2013-05-02 00:00
수정 2013-05-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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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든 자연이든 가급적 생겨난 그대로를 지키며 가꿔 나가는 게 최선이다. 그보다 아름다운 게 뭐가 있겠는가. 예뻐지기 위해 아무리 정교한 기술을 발휘해 얼굴에 칼을 대도 그 흔적까지 감출 수는 없다. 인조의 동티는 어디서 나도 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단순한 미용 목적이 아니라 재건을 위한 성형수술이라면 할 수밖에 없다. 긴절한 필요에 의한 불가피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공사가 끝난 지금도 여전히 논란을 낳고 있는 4대강사업도 따지고 보면 같은 맥락의 문제다. 우리는 지금 똑같은 강을 바라보고 있지만 전혀 다른 강을 보고 있는 셈이다. 4대강과 주변 지역의 환경을 복원해 자연의 생태를 되살린다는 명분으로 추진한 게 4대강사업이다. 수자원이 풍부해지고 생태계가 살아날 것이라고 장담했다. 하지만 반대 측은 강 바닥을 준설하고 보를 쌓는다고 수질이 나아질 수 없다는 논리를 폈다. 환경을 살리기 위해서는 심지어 있는 댐도 보도 없애야 한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지금 와서 새삼스레 4대강사업이 재앙이냐 축복이냐를 논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4대강사업 이후’를 갈무리해 나가는 일도 벅차다. 그제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4대강사업 이후 보 근처의 수생태계가 크게 달라진 것으로 드러났다. 무엇보다 강의 유속이 느려지면서 꾸구리 등 멸종위기종이 3년 만에 자취를 감춘 것은 예사로 봐 넘길 수 없는 대목이다. 흐르는 물에 주로 서식하는 하루살이나 강도래 같은 ‘유수성’(流水性) 종은 2010년 48종에서 2012년 18종으로 크게 감소한 반면 고인 물에 사는 ‘정수성’(靜水性) 어류는 오히려 늘어났다고 한다. 과연 제대로 복원된 강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고여 있는 물은 썩는다. 무릇 강은 흐르고 또 흘러야 한다.

4대강사업의 핵심인 보 설치 공사가 생태계 전반에 끼친 영향을 판단하려면 물론 보다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관찰이 있어야겠지만 현재 드러난 현상만으로도 더 이상 ‘4대강 유토피아’는 꿈꿀 수 없게 됐다. 그렇다면 생태계 복원을 위한 장기 대책 마련에 모든 지혜를 모아야 한다. 그것은 4대강사업의 책임소재 규명과는 별개다. 4대강의 자연성 회복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2013-05-0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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