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폐 손상이 황사 때문이라는 뻔뻔한 옥시

[사설] 폐 손상이 황사 때문이라는 뻔뻔한 옥시

입력 2016-04-24 18:18
수정 2016-04-24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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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사망 피해의 최대 책임 기업인 옥시레킷벤키저(옥시)에 대한 소비자들의 원성이 자고 나면 더 커지고 있다. 사망자의 70%가 사용한 제품을 만든 책임이 밝혀졌는데도 무성의한 발뺌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어서다. 이제라도 피해 수습에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서도 시원찮을 판에 피해자들의 폐 손상이 황사 때문일 수 있다는 얼토당토않은 주장을 하고 있다. 검찰의 본격 수사로 꼼짝없이 책임을 물어야 할 상황이 닥치자 대형 로펌인 김앤장의 도움을 받아 이런 의견서를 새로 제출했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매를 번다”며 격분하고 있다.

영국에 본사를 둔 옥시의 무책임한 처사에 국내 소비자들은 온라인 불매 운동을 펼칠 조짐이다. 그런 사정을 모르는지 며칠 전에도 옥시는 무성의하기 짝이 없는 이메일 사과문을 내놨다. 그러면서 말 바꾸기를 하는 것은 책임을 최대한 회피하고 검찰 수사에 물타기를 하려는 꼼수라고밖에 볼 수가 없다. 옥시는 문제의 제품과 인체 피해의 연관성을 실험하는 연구용역을 진행하면서도 파렴치한 술수를 부린 의혹이 속속 불거지고 있다. 연구용역을 조작하게 뒷돈을 줬다는 의심을 받는 데다 인체에 치명적이라는 의견을 제시한 연구 결과는 의도적으로 외면했다는 의혹까지 터져 나왔다.

검찰은 영국 본사로 수사를 확대하고 전·현직 임원을 소환할 방침이다. 정화조 청소용으로 쓰는 화학물질이 소비자의 생명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돈벌이만 생각했던 기업이라면 어떤 사정에서라도 면죄부를 줘서는 안 될 것이다.

정부 당국의 대응과 수습 태도에도 각성이 필요하다. 다국적 기업 옥시의 오만하고 몰염치한 태도가 그동안 우리 당국이 일관해 온 소심하고 수세적인 대처 탓과 무관하다고는 보기 어렵다. 안이한 대응으로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든 책임이 정부한테도 크다는 사실을 국민이 잘 알고 있다. 문제의 제품들을 오랫동안 사용한 소비자들의 걱정이 심각하다. 폐 말고 만성 비염, 천식 같은 호흡기 질환도 살균제 탓이 아닌지 불안에 떨고 있다. 환경부는 다음달부터 피해 사례를 추가로 접수하기로 했다. 폐질환 이외의 추가 피해 여부를 따져 피해 진단 기준과 지원책을 마련하는 데 속도를 내야 한다. 그래야 국민 집단 불안증을 조금이라도 덜어 줄 수 있다.
2016-04-2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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