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천지인(天地人) 주법/이용원 특임논설위원

[길섶에서] 천지인(天地人) 주법/이용원 특임논설위원

입력 2011-07-08 00:00
수정 2011-07-08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친구들이 50대 중반에 이르니 만나서 술 한 잔 해도 거나하게 마시는 일은 드물어졌다. 누군가는 술 때문에 병원 신세를 진 적이 있고, 또 누구는 지금 약을 먹는다. 그날도 그랬다. 술 권하는 목소리가 분주히 오갔으나 내려놓은 술잔은 비지 않았고 안주 또한 줄어들 기미가 없다.

이때 한 친구가 “우리도 이제 천지인(天地人) 주법을 실행하자.”고 제안했다. 다들 귀가 번쩍해 그게 무어냐고 물었다. 그는 “술 한 잔을 마셔도 위로는 하늘의 뜻을 헤아리고, 아래로는 땅이 주신 것에 감사하며, 주위로는 남들을 배려하는 주법”이라면서 술 종류를 불문하고 한 잔을 세 차례에 나눠 마시는 예법이라고 했다.

그로부터 모두가 한잔 술을 세 차례에 나눠 마시니 대취하는 이가 없고, 강권하는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오랜 시간 끝에 일어섰는데 너나없이 말짱했다. ‘천지인’이 실제 옛 선비들의 주법인지는 모른다. 그러나 무슨 상관이랴. 덜 마시고 즐거우면 되는 것을. 앞으로는 ‘천지인’을 술자리에서 꼭 실행해야겠다.

이용원 특임논설위원 ywyi@seoul.co.kr
2011-07-08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총 13조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하기로 하자 이를 둘러싸고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경기에 활기가 돌 것을 기대하는 의견이 있는 반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소비쿠폰 거부운동’을 주장하는 이미지가 확산되기도 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