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네탓·내 탓/정기홍 논설위원

[길섶에서] 네탓·내 탓/정기홍 논설위원

입력 2014-06-16 00:00
수정 2014-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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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빔밥을 먹으려고 들른 집 근처 음식점의 분위기가 제법 시끄러웠다. 뒷좌석에 인근 직장인 남녀 몇 명이 앉았는데 30대 후반쯤 돼 보이는 여성의 목소리가 유독 높았다. 우람한 체격에서 뿜어 나오는 말이 뒤통수를 쳤다. “그 친구는 시키지 않으면 안 해. ‘그 자료 어디에 있어’ 해야 슬그머니 꺼내놓는 다니까.” 일부 동료도 동의한다. 술자리는 늘 이렇게 소란스럽다. 이래야 술 맛이 나는 것인가.

우리는 누군가를 흉보는 사람에게서 같은 흠결을 발견하곤 한다. 경험칙상 그렇다. 그날 선배한테 ‘씹힌’ 그 후배는 나쁜 직장인일까. 그 여성은 평소 ‘나 잘났다’는 듯 후배를 대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그 후배는 “나는 무능하니까 잘난 너 혼자 해라”며 수동형 인간으로 변한 건 아닐까. 그 후배도 남 흉을 보고 다닐까. 남 탓 하지 말자고 말은 하지만 그게 잘 안 된다. 너의 탓부터 먼저 나온다. 흉보는 말 중에는 나에게 그대로 돌아올 법한 것들도 적지 않을 텐데…. 너무 자기중심적이다. 그게 너였고 나였다. 나이를 웬만큼 먹은 지금이라서 보일까. 어엿 지천명도 중반이다.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2014-06-1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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