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농산물 선물/문소영 논설위원

[길섶에서] 농산물 선물/문소영 논설위원

입력 2014-06-25 00:00
수정 2014-06-25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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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사는 시어머니가 농사지었다며 벌레 먹은 구멍이 숭숭 난 열무와 배추를 보냈다. 꾀죄죄하고 지저분하다’는 내용의 글이 수년 전에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농약 안 친 유기농이네요. 버릴 요량이면 택배비를 낼 테니 이 주소로 보내주세요”라는 댓글들이 달렸다. 필자의 의도는 ‘별볼일없는 농산물로 며느리를 욕보이는 시어머니’였겠지만 ‘소갈머리 없는 며느리’라는 비난이 난무했다. 대형마트에서 크고 깨끗하게 다듬어진 농산물만 접하는 도시 여성들은 ‘꾀죄죄한 농산물의 가치’를 잘 모른다. 텃밭을 시작하고서 그 비밀을 알게 됐다.

수경재배가 아닌 이상 수확한 채소는 흙이 묻는다. 깔끔 떤다고 수돗물에 씻거나 하면 쉽게 시들거나 상한다. 선물하기에 마땅치 않다. 이를테면 완두콩을 꼬투리째 선물할 것인지, 완전히 까서 완두콩만 선물할지 판단하기 어렵다. 흙이 묻고 벌레 먹었는데 “유기농이야”하고 자랑하듯 내밀어도 상대방이 그 가치를 모르면 의미가 없다. 6월 말 텃밭에 고추, 하지감자, 상추 등 수확은 늘고 있고, 볼품없는 유기농산물을 어떻게 다 처치할지 걱정이 태산이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2014-06-2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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