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들어만 줘도/최광숙 논설위원

[길섶에서] 들어만 줘도/최광숙 논설위원

최광숙 기자
최광숙 기자
입력 2015-08-05 23:34
수정 2015-08-06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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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하게 지내는 인사가 송사에 휘말린 적이 있다. 가까운 이와의 불화로 그는 오랫동안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다. 그러던 어느 날 지인은 “재판에서 져도 좋다”고 했다. 자신의 사정을 후련하게 다 털어놓을 수 있도록 시간을 내주고, 또 성의 있게 들어준 판사가 고맙다고 했다. 판사가 자신의 입장을 이해해 주었기에 그 이상 바랄 게 없다는 것이다.

이후 갖가지 민원의 진정한 해결은 ‘들어주기’에서 시작되는 것이라고 믿게 됐다. 민원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년간 공무원들에게 행패와 폭언을 일삼는 이른바 ‘악성’ 민원인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그들이 오랜 기간 공무원들을 괴롭히는 것은 자신의 민원이 처리되지 않은 데 대한 원망도 있지만 무엇보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귓등으로 흘리는 무성의한 공무원들의 태도에서 비롯될 수도 있다.

살다 보면 이런저런 속상하고 억울한 일을 겪게 된다. 그럴 때 가까운 이들에게 심리적 지지를 받는다면 어느 순간 마음이 풀어지게 마련이다. 최고의 대화법은 말 잘하는 것이 아니라 경청이라고 하는데, 좋은 친구도 잘 경청해 주는 이가 아닐까 싶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2015-08-06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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