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 매닝 일병 재판, 이적행위 공방

‘위키리크스’ 매닝 일병 재판, 이적행위 공방

입력 2013-06-04 00:00
수정 2013-06-04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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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안보 위태” vs “인도주의적 동기’아랍의 봄’ 기여”

미국의 군사기밀과 외교문서를 폭로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에 유출한 혐의를 받는 브래들리 매닝(25) 일병에 대한 군사재판은 이적행위 여부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일 전망이다.

매닝에 대해서는 미국 내에서도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매닝의 반대편에서는 미국인들의 목숨과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한 반역자라고 비난하는 반면, 지지자들은 ‘내부고발자의 영웅’으로 부르며 정치범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매닝 측은 이번 재판에 앞선 사전 심리 과정에서 간첩법과 반역죄 등 총 22건의 기소 내용 중 기밀문서 불법 소지 및 외부 무단반출 행위 등 10가지 항목에만 혐의를 인정한 바 있다. 20년 형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군 검찰은 미국의 대외 정책에 커다란 차질을 빚은 이번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이적행위 등을 입증한다는 방침이다. 이 경우 무기징역까지 가능하다.

이에 따라 군 검찰은 알 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이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아프가니스탄 전장 보고서와 국무부 전문을 입수했다는 증거를 제시하겠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군 검찰 측 조 모로우 대위는 재판이 시작된 3일 “매닝은 빈 라덴이나 그의 알 카에다 조직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위키리크스에 자료를 넘겼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매닝 측과 함께 그 지지자들은 군 검찰과는 정반대의 견해다.

매닝의 폭로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전쟁의 비극을 폭로하려 한 것이며 또한 결과적으로 ‘아랍의 봄’으로 알려진 중동의 민주화 시위를 이끌어 내는데 기여했다고 재판부에 호소할 예정이다.

매닝의 변호인인 데이비드 쿰스는 매닝이 주문 제작한 인식표에 새겨진 ‘인도주의자’(a humanist) 단어처럼 그는 올바른 일을 하려 노력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매닝은 수억 건의 자료에 접근했지만 2007년 아파치 헬기의 민간인 오인 공격이나 민간인 100명 이상이 숨진 2009년 미군 공습 등 선별적으로 자료를 유출했다는 것이다.

또 모든 사람이 축하하는 것으로 알던 2009년 크리스마스 이브 날, 당시 22살의 젊고 여린 매닝이 도로 위에서 폭탄이 터져 한 민간인 차량이 파괴되는 것을 보고 정신적 외상을 입게 됐다는 점도 호소할 계획이다.

쿰스 변호인은 “그는 이런 정보 공개를 통해 인간의 가치 있는 삶을 새삼 조명할 것으로 믿었다”면서 매닝이 미국을 해롭게 할 것으로는 생각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동성애자로 갈등을 겪은 매닝으로서는 자신의 노력이 다른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할 것으로 봤으며 자신이 목격하고 있는 세상을 바꾸는데도 무언가를 하고자 했다고 쿰스는 덧붙였다.

이날 법정에는 프린스턴 대학교수 겸 민권 운동가인 코넬 웨스트 등 약 20명의 매닝 지지자들이 방청했다. 이들은 협소한 법정 공간을 지적하면서 정부가 매닝이 실제보다 지지를 얻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게 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번 재판은 12주 동안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몇몇 증거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비공개로 제시될 전망이다.

한편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는 이날 성명을 통해 “결정은 이미 오래전에 내려졌고, 이번 재판은 무죄나 유죄, 진실이나 거짓을 가리려는 게 아니라 양심 있는 사람들에 대한 경고며 비효율적인 복수 쇼”라고 혹평했다.

어산지는 성폭행 혐의에 따른 스웨덴 송환을 피해 지난해 6월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으로 피신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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