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박물관장 “한국 반환 옳은 일”… 새달 1일 국립고궁박물관서 반환식
미국 시애틀미술관에 소장돼 있던 조선 덕종어보가 고국으로 돌아온다. 국내에서 자취를 감춘 지 72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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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종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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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종어보는 1471년 성종이 세자 신분으로 돌아가신 아버지 덕종을 ‘온문 의경왕’(溫文 懿敬王)으로 추존하면서 제작됐다. 일제강점기 역사적 자료를 보면 1943년까지 종묘에 보관돼 있었다. 위엄 있고 단정한 모습의 거북뉴(龜紐·거북 모양의 손잡이)가 인판(印板·도장 몸체) 위에 안정감 있게 자리 잡고 있으며, 거북의 눈과 코, 입 등이 사실적으로 표현돼 있다. 문화재청은 “덕종어보가 언제 어떤 경위로 해외로 반출됐는지는 규명되지 않았다”고 했다.
●협상 통한 국외 문화재 첫 자발적 반환
덕종어보는 아시아 미술품 시장의 큰손이었던 스팀슨 여사가 1962년 미국 뉴욕에서 구입해 이듬해 3월 시애틀미술관에 기증했다. 해외 박물관에 있는 우리 문화재를 조사하는 국립문화재연구소는 2013년 4월 시애틀미술관의 소장 유물 목록을 받아 확인하던 중 덕종어보를 발견했다. 이듬해 7월 현지 조사를 통해 덕종어보가 진품임을 확인했다. 문화재청은 시애틀미술관과 협상을 통해 그해 11월 반환에 합의했다. 문화재청은 “소장 기관이 자발적으로 우리 문화재를 반환하기는 처음”이라며 “협상을 통한 우호적 국외 소재 문화재 반환의 본보기가 됐다”고 밝혔다. 이남영 문화재연구소 실장은 “문화재 반환에는 갈등이 있기 마련인데 대화가 잘됐다”며 “어보가 갖는 의미를 시애틀미술관 측이 이해해 반환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로샤흐 관장은 “한국으로부터 반환 요청을 받았을 때 진지하게 고민했고 덕종어보의 역사와 시애틀로 오게 된 경위도 신중하게 연구했다”며 “덕종어보를 한국에 반환하는 게 매우 적절하며 옳은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어보는 조선 왕실에서 국왕이나 왕비 등의 존호(尊號·덕을 기리기 위해 올리는 칭호)를 올릴 때 의례용으로 제작한 도장으로, 종묘에서 관리됐다.
●문정왕후어보·현종어보도 곧 국내로
한편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이 압수해 보관 중인 ‘문정왕후어보’와 ‘현종어보’도 수사가 마무리되면 국내 반환 절차를 밟게 된다. 두 어보는 2000년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박물관이 경매시장에서 구입해 소장했으나 도난품인 사실이 확인돼 HSI가 2013년 9월 압수해 조사하고 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2015-03-26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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