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바퀴 ‘안전사회’] <1>현실 반영 못 하는 법규

[두 바퀴 ‘안전사회’] <1>현실 반영 못 하는 법규

김양진 기자
입력 2015-08-03 23:50
수정 2015-08-04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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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고 횡단보도 건너다 빨간불… 차에 치여도 쌍방과실

최근 5년간 자전거 교통사고로 연평균 285명이 목숨을 잃었다. 하루 0.8명꼴이다. 국내 자전거 인구가 올해 1200만명으로 추산될 만큼 빠르게 늘고 있지만 안전이 담보되지 않으면서 곳곳에서 ‘위험한 질주’와 인명·재산상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서울신문은 안전하고 건강한 자전거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심층적인 현실 진단과 대안 모색을 담은 ‘두 바퀴 안전사회’ 기획 시리즈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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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인구 1200만명’ 시대를 맞았지만 각종 법규와 안전규제 등은 과거 수준에 머물러 있어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한강 교각 밑 시민공원 둔치를 자전거로 지나가는 여성의 모습.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자전거 인구 1200만명’ 시대를 맞았지만 각종 법규와 안전규제 등은 과거 수준에 머물러 있어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한강 교각 밑 시민공원 둔치를 자전거로 지나가는 여성의 모습.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지난 6월 대전에 사는 50대 여성 A씨가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다 신호등이 적색으로 바뀌면서 빠르게 달려온 자동차에 치이는 사고를 당했다. 하지만 A씨는 ‘피해자’가 아닌 쌍방과실의 ‘가해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도로교통법상 자전거가 ‘차’(車)로 분류돼 있어 A씨는 자동차와 ‘차 대 차’로 충돌한 것으로 인정됐기 때문이다. 신호를 어기고 정지신호(적색)에서 진행해 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은 A씨였기 때문에 주행신호(녹색)를 보고 달린 자동차가 피해를 봤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었다. 만일 A씨가 자전거에서 내려 이를 끌고 가는 상황에서 자동차에 치였다면 적색 신호였어도 ‘피해자’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가 자전거에 탑승해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불가능했다.

자전거 인구가 급증하면서 이에 따른 사고 및 인명·재산 피해가 급증하고 있지만 관련 법규나 안전규제는 여전히 과거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제도적인 뒷받침이 이뤄지지 않아 사고를 더 많이 유발하고 사고 후의 원만한 처리도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교통법규 개선과 안전 기준 강화 등 시스템의 정비는 정부와 정치권이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것들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법으로 규정돼야 할 것들이 그렇지 못해 문제를 키우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 6월 경기 구리시에서 발생한 자전거-인라인스케이트 충돌 사망 사건<1면 머리기사 참고>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인라인스케이트의 경우 법률상 정의가 제대로 안 돼 있다. 도로교통법에 의거해 ‘놀이기구’로 해석할 수 있을 뿐이다. 이 때문에 향후 가해자에 대한 재판 과정에서 논란이 일 가능성이 있다. 자전거 동호회 등은 “인라인스케이터의 주행 속도가 시속 15~20㎞에 달하는 현실에서 보행자로만 보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입장이다. 명묘희 도로교통공단 수석연구원은 “도로교통법에서 ‘차’는 ‘사람 또는 가축의 힘이나 그 밖의 동력으로 도로에서 운전되는 것’이므로 인라인스케이트를 ‘보행자’라고만 보기도 애매하다”면서 “명확한 기준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전거는 도로교통법에서 사실상 자동차와 같다. 이를테면 인도로 주행하거나 일방통행로를 역주행하다 사고를 내면 자동차와 똑같이 처벌된다. 하지만 도로를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는 여건은 웬만해서는 갖춰져 있지 않다. 도로 쪽 차선의 2분의1까지 자전거로 다닐 수 있다는 법원의 유권해석이 있지만 이럴 경우 현실적으로 뒤따라오는 차량의 경적음을 피하기 어렵다. 결국 위험한 상황 또는 법을 어기는 상황으로 내몰리기 쉬운 여건에 있는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자전거 운전자들은 불만이 많다. 한만정 녹색자전거봉사단연합회 대표는 “자전거 전용도로를 인라인스케이터들이 버젓이 달리고 있는데 아무런 단속도 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면서 “자전거에 대한 국민 인식이 일반 자동차와 다른 점을 고려해 사고 때 보행자 등의 주의 부족에 대해서도 적절한 책임을 묻는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전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사고 방지뿐 아니라 자전거 운전자들의 인식 개선을 위해서라도 규제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자전거 탈 때 헬멧 착용은 ‘13세 미만 어린이’에 대해서만 의무 사항이다. 또 자전거 음주 운전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지만 처벌 규정이 없어 단속 대상이 아니다. 속도 규정도 있지만 자전거 이용자의 상당수가 속도계를 장착하지 않아 실제 단속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2012년 7월 주영순 새누리당 의원이 자전거 음주 운전을 제재할 수 있는 법률 개정안을 제출하고 2013년 1월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이 ▲자전거 음주 운전 단속 ▲자전거도로 안전 속도 규정 ▲인명보호장구 성인 착용▲야간 전조등·미등 설치 ▲운행 중 휴대전화 사용 금지 등을 내용으로 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모두 국회에 계류 중이다. 국민의 일상생활에 지나친 부담을 준다는 게 주된 논리다. 일부 농촌 지역 의원들은 “논에서 막걸리 한잔 마시고 자전거 타는 것까지 단속할 거냐”는 이유 등으로 법안 통과에 적극 반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자전거단체협의회 우충일 교육사업국장은 “고속 주행이나 헬멧 미착용 등에 따른 자전거 사고가 심각한 현실”이라면서 “안전규제 강화를 담은 관련 법령이 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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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2015-08-0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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