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 입장 정해지지 않아 논의 어려워”
24일(현지시간)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전날 안보리 의장을 맡고 있는 마크 라이얼 그랜트 영국 대사가 회의 모두 발언에서 ”북한이 한국 영토에 포격을 가한 사건과 원심분리기를 이용한 대규모 우라늄 농축시설을 가동 중이라는 미국 핵 전문가의 증언 등이 있었기 때문에 한반도 문제를 논의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 관계국들과 협의한 후 통보하겠다“는 간단한 언급이 있었으나 이날 열린 회의에서는 단 한마디도 북한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영국의 한 외교관은 회의에 앞서 기자들에게 ”오늘은 한국 상황에 대한 언급이나 논의가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당초 ‘긴급회의’ 소집까지 거론됐던 안보리가 이처럼 조용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은 피해당사국인 한국이 이 사안의 안보리 회부에 대해 어떤 공식적 입장도 취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유엔의 한 관계자는 ”한국 정부가 어떤 액션도 취하지 않고 있는데 안보리가 독자적으로 지역 분쟁에 개입하기는 어려운 것 아니냐“고 말했다.
유엔 주재 한국 대표부 측은 이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본국의 훈령이 없는 상황에서 어떤 얘기도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책임있는 당국자가 ”이 사안을 안보리에 회부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고,청와대와 외교부의 기류도 안보리 회부 신중론으로 흐르고 있는 상황에서 이 사안이 안보리에서 공식 논의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안보리 회부 신중론은 ‘천안함 교훈’ 때문이었다.
천암함 사건에 대한 안보리 의장 성명 채택에 대해 외교부는 나름대로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했지만,북한을 공격 주체로 명기하는데도 실패했고 결의가 아닌 의장성명으로 격이 낮춰지는 등 실제로는 ‘수모’에 가까운 결과였다는 것이 안팎의 중평이었다.
당시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비협조적 태도가 이 같은 결과로 이어졌고,중국의 태도는 이번에도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사안을 안보리로 가져가는 것은 외교적 비용에 비해 이익이 너무 적다는 것이 일부 외교 관계자들의 판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안보리 논의가 완전히 물건너 간 것은 아니다.
안보리 상정을 포기할 경우 정부가 군사적 대응에 이어 외교적 총력전 마저 회피하고 있다는 비판론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에 한국 정부의 공식적 입장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또 반기문 사무총장이 직접 안보리 의장에게 전화를 걸어 ‘심각한 우려를 전달’한 상황에서 안보리가 이 사안에 대해 그대로 손을 놓고 있는 것도 안보리 입장에서 보면 부담일 수 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